조립식 건축자재 재활용을 위한 행보
동서와 순창을 가기로 했다.
어제 오후 수원에서 내려온 동서와 처남은 조개구이집에서 술을 한다며 오라고 했다.
달려가니 처남 내외와 처제 내외가 술한잔 하고 있었다.
술 애주가인 처제는 보통 소주 2명정도 먹고, 이 술을 동서가 가르쳤단다.
자기는 술을 먹으면서 각시에게는 술을 못 먹게 하는 처남도
이제 나이가 들었는지 각시에게 술을 먹는 것을 허락하고 오붓하게 하는 시간이 많아졌다.
조개 구이와 먹는 술은 더없이 맛있었다.
조개를 살짝 구워 된장기를 한 국물에 담갔다가 먹는 조개구이 샤브샤브.
일반 소고기 샤브샤브나 꿩고기 샤브샤브는 몇 번 먹어봤지만
이런 조개구이 샤브샤브는 첨이었다.
소주 한잔씩 채워 들고 브라보 하고 안주 하나 먹고,
지나간 과거를 말하며 웃고 울고 하였다.
처가는 시골 면소재지에서 4km 가량 떨어진 아주 작은 농촌 마을이다.
어떤 마을은 자손들이 제법 성공하여 명절이면 좋은 자가용들이 찾아 웃고 즐기며,
살림살이를 사들이고 집을 번듯하게 고쳐 차츰 밝아지기도 하는데
어떤 마을은 자손들이 말썽을 부려 부모들이 고생하고 집들이 허름하며
심지어는 결국 이사하여 폐가로 변하여 보기 흉칙해지기도 한다.
아마 처가 마을은 비교적 시들어가는 마을에 속하리라.
손 아래 처남은 축산이 전공으로 돼지 똥부터 치우기 시작하여
모돈 관리, 사료 유통을 거쳐 이제 어엿한 돼지 농장 주인이 되었다.
처제는 많은 고난을 겪고 이제 동서의 건축 폐철 처리를 전담하는 1인 회사를 차려
연 소득 억단위로 살만하게 되었다.
그들은 술한잔하며 시들어가는 마을에서 살면서 학교 다니던 시절의 아픔을 이야기 하며
가끔 울곤 한다.
학비가 없어 친척집에 얹혀 살면서 친척집 집안 일을 거두면서 학교를 다녔던 처제나
집을 떠나 대학을 다니면서 역시 하숙이 불가능하여 친척집에서 겨우 먹는 것 해결하던 처남은
늘 자신의 생활을 비관하였다.
이제 제법 살게 되니 과거가 아프면서도 이겨낸 기쁨에 술잔에 눈물을 담그기 일쑤다.
동서 덕에 건설 현장 사무소를 철거하는 조립식 건물을 내 산으로 옮겨놓게 되었다.
2년전 마련한 아주 깊은 산 속에 녹차밭을 조성하고
그곳에 집을 지어 여생(?)을 보낼까하는 생각에서 준비하는 일이다.
그 곳에 우선 6평 남짓의 간이 살림 방을 들이고
차를 덖는 공간의 건물을 20여평을 만들고
나아가 농가을 지어 오는 손님들에게 민박을 하고
녹차밭과 계곡의 자연생태학습장을 만들어 주5일제근무를 대비하여
사람들이 머물다 가고 싶은 곳으로 만들기 위해서이다.
조립식 건물은 30평짜리 두동이었다.
서너번 재활용을 한 탓으로 보기에 좋지 않았다.
좋은 것만 골라가라는 동서 말이지만
산 속에서는 귀한 재료라 생각되어 가급적 대부분을 헤체하여 가져다 놓으려고 한다.
판넬, 지붕, 트러스, 합판 등 모든 것이 나에게 소중할 것 같았다.
사람이 사는 공간, 물건을 간직할 창고, 강아지가 머물 공간 등
내가 조금씩 만들어갈 물건들이다.
내 손으로 직접 만든 공간에서
내가 직접 가꾼 먹거리로
많은 사람들이 같이 살아갈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들어갈 수 있다면
나의 삶이 보다 보람되리라 생각해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