흉부외과


사차원 인도여행 ☆ 11. 아무것도 없는 산치 보고서!


인도

아시아 기간 2008.6.26 ~ 2008.9.3 (69박 70일) 컨셉 저렴한 배낭여행

사차원 인도여행 ☆ 11. 아무것도 없는 산치 보고서!

6명이 폐쇄된 역 앞에 앉아서 우걱우걱 과자를 먹고있었다.

마치, 모든 잡생각이 단것으로 승화되어있는듯

쭈구리고 앉아서 우걱우걱 씹어댔다.

사실, 모두 단걸 먹은건 아니고,

인도 밥값과 거의 맞먹는 Lays 라는 감자칩을 먹는이도 있었다.

 

인도에 도착에서 대략 20일 가량을 함께 해온 친구들...

와락와락 소리를 질러가며 플랫폼을 왕복하던 기차 생쇼를 함께 해온 사람들이며,

무더위에 나가떨어진 사막 낙타질도 함께 해온 사람들이다.

뭄바이 맥도날드에서 500원짜리 아슈크림에 함께 감격하던 사람들이고,

싫은사람 뒷담화도 눈으로 깔 수 있을 만큼 익숙해진 사람들이다.

내일, 나는 이곳 산치에서 카주라호로 향할 때, 그들중 일부는 네팔로 넘어가야 했다.

여정이 달랐다. 애초에 예견된 것이다.

언제나, 여행은,

그것이 일이든, 놀이이든 뭐든 간에

만남이 있고 헤어짐이 있다. 각자의 갈길이 있다.

우리 인생이 그렇듯...

물론 우리 인생이 또 그러하듯, 다시 만나겠지만

헤어지는 시점이 다가오자, 여행에 도가 텄다고 생각한 우리들도

갑자기 마치 인도에 내일 첫발을 내딪는 양 막막해졌다.

우리 이제...기차 쑈도 같이 못하는 거야??

그래서 우리는 일단,

쭈구리고 앉아서

말없이(아니 사실 말은 많았다...)과자를 먹고있다.

 

 

이곳 산치는

당췌 여행자도 없고, 편의시설도 없고, 괜찮은데도 없고!!

갈데도 없다-_-;

산치에 있는 유일한 관광지인 산치대탑

이미 어제 해뜰때도, 해질때도

더워죽겠는데, 두번이나 올라갔다.

불교 유적지에 그리 익사이팅한 곳이 아닌지라...보이는 사람이라곤 스님들과 현지 주민 몇몇뿐이다.

과자를 살만한 곳도

우리가 짜이먹고, 점심먹고, 저녁먹고, 가재도구 빌리고, 자전거도 빌리는...

그 한곳이다--;;

과자가 들어온 날에 우리가 싸그리 싹쓸이를 해 갔던 그 곳--;;

 

 

그렇게 과자를 우겨넣은 우리는,

마치, 내일은 우리가 어찌될지도 모른다는 듯이,

그...과자 산 그 가게에서...

아침에도, 점심에도, 저녁에도 먹은 오므라이스를

1인당 두그릇씩 시켜서 먹었다.

산치에 대한 나의 기억의 뇌의 80%는 이 오므라이스가 차지하고 있다.

볶음밥에 계란하나 얹었을 뿐인, 이 단순메뉴에 환장해버린 우리는

2박3일 내내 여기서, 이것만 먹었던 것이다.

급기야 마지막 만찬은 2인분씩...

양도 그리 적지 않았던 밥인지라,

우리의 주문량을 듣고 2배수의 자리를 마련해 준 것도 무리는 아니다...

어찌 여행지의 80%씩이나 특별할 것도 없는 메뉴인 오무라이스가 차지할 수 있냐구?

이게 그냥 오무라이스가 아니라 영어 메뉴판 이름이 Om rice 이다.

삼라만상의 근본 소리로 칭송되는 그 소리...옴...Om...

근본의 맛이라 이거야!!

라기보단...

사실 산치는 정말 심심한 동네다.

 

 

 

 

 

 

 

불교 유적지인 산치는

불교 전성기를 누린 아쇼카 왕의 산치 대탑이 있고, 진짜진짜 멀리가면 소박한 유적지 몇개가 있고,

쓰리랑카 스님들이 있고... 한가한 시골거리가 있고, 뛰놀다 위협하는 강아지가 있고, 기차가 서지않는 기차역이 있고...

뭐...그게 다다!!

평화롭다 못해 몸이 근질거리는...

그런곳이었다.

산치대탑

 

 

 

 

산치는 이후에 내가 한번 더 방문할 기회가 있었는데,

그땐 비까지 와서 더!! 심했다.

시골스러운 곳을 심심해 하는 내가 산치를 좋아하는 이유를 어거지로 끌어오라면

그게 바로 이 Om 라이스인거다.

(애석하게도 사진이 없음. 하지만, 당장 내가 부엌가서 만들어서 찍어 올려도 아무도 모를만큼 평범하다..)

 

 

아, 기억이 하나 더 있구려,

산치는 숙소가 마땅치 않다.

산치대탑 근처에 그다지 훌륭하지 않지만 주변 물가대비 매우 비싼 리조트가 하나 있고,

스리랑카 스님들을 위한 순례자 숙소가 있을 뿐이다.

당연히 나는 순례자 숙소에 묵는데,

아아...이 숙소가 아주 가관이다.

도미토리 형식으로 가격은 착하지만 어둡고, 눅눅하고, 화장실 무섭고, 샤워실에 까마귀 나올거 같고...등등...

근데 딱 가니까 신관이 하나 생긴거다!

오호...저기 주세요.

거실도 있고, 심지어 화장실도 안에 하나 있는....오오오...

근데 가격이 똑같다.

 

수상하다. 수상하다...했더니.

 

방 한구석 아주 조용하지만 크다랗게 자리잡고 있는 개미집에

시시때때로 물이 안나와 모두의 코를 곤란케 하는 화장실에

거기에 더하여 콩벌레의 습격!

방구벌레인지 뭔지...(이름들었는데 까먹었음)

몬순기에 이 지역에 비 만큼 많이 쏟아져 내리는 그넘의 콩만한 검은 벌레가 있는데

그넘들이 방에 카펫을 깔만큼 빽빽하게 들어와 거실및 침실,

혹은 천장에서 쏟아져내려와 내 머리와 몸속까지 침투를 하곤한다.

이건. 악몽이야. 싶을 정도!

콩벌레를 일단 모두 같이 일사분란하게 쓸고,

다시 쳐들어오는 벌레는 쓸고 쓸고 태우고 버리고 뭍고 등등을 하고 숙소 문을 닫는다.

머리에 있는 벌레들을 마무리로 떼고 한숨을 돌리는데,

본관에 있던 일행 하나가 "다들 뭐해요!?" 하며 해맑게 현관문을 열 때의 그...절망감!

이 인간!! 콩벌레랑 같이 쓸어버리고 싶다는 생각이 불끈 솟구쳐 오른다!!

 

 

 

이런 기억때문에 어쨌든 싼치에 대한 기억은 그리 좋지 않다만...

그치만 그 기억을 어루만지고 위로해주는 다른 추억들과 Om rice가 있으니,

다시 사진을 찾으면서 생각해보니,

이 평화로운 곳이...

사실 정말 평화로운 곳이라,

아무생각도 하지 않고 석양을 볼 수 있는 여유와 마음의 평화가 있어야 즐길 수 있는 있는 곳이었는지도 모르겠다.

어쩌면, 안달복달하는 마음이 그 평화로운 곳을 제대로 즐기게 하지 못하게 했는지도 모르겠다.

사실,

비내릴때의 산치 대탑과 해질녘의 모습은 상당히 운치있다는 건 인정!

그래서 아무튼, 나의 친구들은 그 다음날 네팔로 넘어갔다.

나는 카주라호를 거쳐 바라나시로, 그리고 다시 뭄바이로 가게 되었고

일부는 네팔로, 일부는 아그라 델리로 갔다.

그리고 우린 사실 오다가다 자주 만났다.

카주라호에서, 네팔에서, 델리에서...

다시 만났을때 소리지르고 껴안고 난리 부르쓰를 췄음은 물론이다.

헤어짐이 있어야 다음 만남의 귀중함을 안다는 것은

역시...인생이나 여행이나 다름이 없다.

그렇다고 헤어짐을 계속하고 싶다는 얘기는 아니고!

 

 

비행소녀

아무것도 없는 산치 보고서

인도에 가고싶다...ㅜ.ㅜ

다시가면, 산치도 좋을꺼 같다!

 

 


2010/01/05 10:19 2010/01/05 1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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