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드라마시티] 제주도 푸른밤
푸른 하늘과 바다를 앞에 두고 남자는 모래사장에 쓰러져있다.
남자는 힘이 없어 보인다. 먼 발치에 바다를 향해 슬프게 앉아있는 여자의 흐르는 눈물을 닦아주려는듯 손가락을 움직이고는 희미하게 웃더니 눈을 감고 깊은 잠에 빠져든다.
등산 모자를 쓴 노숙자가 먹을거리가 든 봉지를 들고 쓰러져있는 남자에게 다가간다.
이봐, 아침먹어야지.
그러나 남자는 일어나지 않는다. 노숙자는 남자에게 미리 받아두었던 쪽지를 보고 전화를 한다.
여기 서울인데요 거기 최희숙씨 계십니까?
한달 전.
남자는 공사장에서 일을 하지만 그는 무척이나 힘이 들어 보인다.
남자는 시체를 닦는 일도 하고, 대리운전도 한다.
밤에 술취한 누군가의 차를 몰다가 차창 밖으로 스쿠터를 타고 있는 여자를 보고 멍해진다.
석달 전.
남자와 남자의 누나는 병원 복도에 힘없이 앉아있다.
남자는 죽을병에 걸렸다. 수술을 해도 살지 말지 모르고, 수술을 하지 않으면 고작 석달밖에 살지 못한다.
남자는 수술을 하려고 하지 않는다. 백수에 남의 집에 얹혀사는 주제에 수술까지.. 그건 아니다 누나.
친구를 만난 남자는 친구에게서 희숙이를 만나보라는 얘길 듣는다. 누나도 그런 말을 했었다.
남자는 한동안 잊고 지냈던 희숙이를 찾아 그녀의 이모가 운영하는 중국집을 간다.
이모에게서 남자는 희숙이가 1년전에 선을 봐서 부자집에 시집을 갔다고 한다. 부산으로.
남자는 이모에게서 받은 주소를 받아들고 부산행 기차를 탄다.
남자는 생각한다. 희숙이와 연인 사이였을 때 일어났던 일들을.
남자는 다정하지 못했다.
희숙이를 잘 챙겨주지 못했고, 가지고 있던 일자리를 잃었을 때는 희숙이에게 못되게 굴었었다.
도박에 빠져서 매일 빚을 희숙이가 대신 갚아주었지만, 남자는 오히려 그런 희숙이에게 화를 냈다.
희숙이가 임신을 하자 네가 나를 물먹이려는 거냐라면서 화를 내고 그녀를 울렸다.
희숙이가 아이를 지우던 날, 희숙이를 엎고 길을 가던 남자는 이제 헤어지자고 말했다.
부산의 밤바다를 앞에 두고 남자는 소리죽여 울었다.
다음날 남자는 희숙이를 찾아갔다. 그곳은 허름한 이발소였고, 희숙이와 결혼을 했다는 남자는 그다지 희숙이에게 다정해 보이지 않았다.
남자는 희숙이와 술을 마셨다. 남자는 거짓말을 했다.
그냥 지나가다가 들렀다고. 요즘에는 제주도가 아니라 해외로 가이드 일을 하러 다닌다고.
힘이 없어 보이는 희숙이는 그말에 아주 기뻐했다. 희숙이는 목에 반지를 걸은 목걸이를 하고 있었다.
정말 잘됐다 오빠. 얼른 돈 많이 벌어서 오빠 꿈 이뤄야지.
제주도에 멋진 펜션을 짓고 애들은 여기서부터 저기까지 열두명정도 낳고 정원에서는 똥돼지 바베큐가 지글지글 거리고...
별걸 다 기억하네. 남자가 말했다.
그럼.. 그 힘으로 살아가는데. 여자가 조용히 말했다.
희숙이는 그날 집에 가지 않았다. 술을 먹고 남자의 등에 엎혀 모텔로 향했다.
술에 취한 희숙이는 침대에 누웠고 남자는 침대에 머리를 기대고 앉았다.
남자는 희숙이의 손에 머리를 뉘였다.
조용하던 희숙이가 힘없는 목소리로 말을 하기 시작했다.
도망가고 싶다. 멀리.. 제주도가 좋겠다.
도망은 무슨. 집도 없는걸.
집은 무슨... 방 한칸이면 족해.
제주도에서 방 한칸 얻으려면 얼마나 있어야 할까??
보증금 삼백이면 될까??
돈은 어디서 벌지?
아... 감귤농장에서 일하면 되겠다. 나 귤 무지 좋아하는데...
....오빠 그렇게 있지 말고 침대에 올라와서 자.
남자는 결국 희숙이의 앞에서 눈물을 보이고 말았다.
다음날 남자와 희숙이는 헤어진다. 남자는 부산 역 앞에서 희숙이에게 주려고 샀었던 작은 머리핀을 전해주지 못한 것을 알고 희숙이를 뒤따라간다.
그리고 희숙이가 이발소 앞에서 남편에게 심하게 얻어맞는 광경을 목격한다.
남자는 머리핀을 손에 꼭 쥐고 그것을 바라볼 수 밖에 없었다.
희숙이의 생활은 처참했다.
남편은 희숙이를 자주 때렸고, 이발소 손님들은 희숙이의 엉덩이를 아무렇지 않게 쓰다듬었다.
희숙이는 예전 일을 생각했다.
중국집에 찾아와 밖으로 나오라고 창문 밖에서 장난을 치던 모습.
스쿠터를 타고 달리며 남자는 희숙이에게 꿈을 물었다.
난 오빠랑 결혼하는거. 오빤??
남자는 말했다.
난말이지 돈을 아주 많이 벌어서 제주도에 멋진 펜션을 지을거야.
정원에서는 똥돼지 바베큐를 할거야.
애들은 여기서부터 쩌기까지 열두명정도 낳을거고...
오빠 둘만 낳자.
야 누가 너랑 결혼한대???
이거 받어. 남자는 나무젓가락 껍질 묶음을 희숙이에게 내밀었다.
이게 뭐야?
하루에 한그릇, 백일에 백그릇. 우리 백일이야.
희숙이는 웃겨 죽겠다는 듯 뒤로 넘어갔다.
너 자꾸 웃으면 이거 안준다???
뭘??
남자는 희숙이의 손을 잡고 반지를 끼워주었다.
백일 선물이야.
희숙이가 유일하게 웃을수 있는 때는 과거를 생각하는 때였다.
그리고 어느날 희숙이는 전화를 받는다.
서울에서 걸려온 전화였다.
제가 최희숙인데요... 김기태씨가요?
오빠가 왜요?
희숙이는 말을 듣고는 정신이 멍해졌다. 힘없이 전화를 내려놓고는 의자에 앉아 서럽게 울기 시작한다.
남자가 죽었단다.
안죽어 바보야. 나는 너두고 절대 어디 안가.
남자는 예전에 희숙이에게 그렇게 말했었는데.
조문객도 없는 썰렁한 초상집에 들어선 희숙이는 하늘이 무너지는 것 같았다.
행색이 초라한 어느 남자가 희숙이를 불러 무언가를 전해주었다. 남자가 그것을 전해주라고 부탁을 했단다.
남자는 길거리 포장마차에서 노숙자를 알게됐고, 그에게 먹을것을 잔뜩 사주며 부탁을 했다.
나는 곧 죽으니 꼭 이것을 전해달라고. 안그러면 죽어서 귀신이 되어 쫓아다닐거라고.
남자는 남은 돈을 다 쥐어주며 신신 당부를 했다.
그리고 말도 전해달라고 했다.
..그애가 얼마나 예뻤는데요. 오빠가 이것밖에 못해줘서 미안해. 속만 상하게 해서 미안해.
희숙이는 분홍색 봉투를 열어보고는 가슴이 너무도 저려왔다.
봉투에는 희숙이의 이름으로 된 제주도행 비행기 티켓과 백만원짜리 수표 세장이 들어있었다.
희숙이는 제주도의 푸른 바다 앞에서 눈물을 흘린다.
몇년 전.
젊고 예뻤던 희숙이가 스쿠터를 타고 배달을 간다.
그리고 남자는 그녀를 기다리다 스쿠터가 오는 소리가 들리자 잽싸게 집으로 들어가 방을 치우고 옷을 고른다.
희숙이는 남자의 집 앞에서 화장을 고치고 목소리도 가다듬는다.
배달왔습니다- 안녕하세요, 배달왔어요.
남자 역시 옷을 빼입고는 거울 앞에서 머리를 다듬고 이에 뭐가 낀거라도 없나 확인을 한다.
희숙이는 짜장면 한그릇과 함께 밥을 내놓는다.
어, 나 이거 안시켰는데?
그냥 드리는거예요. 그냥..
희숙이는 그 말을 하고는 후딱 내려와버린다.
섭섭하고 아쉬운 마음으로 스쿠터를 타고 되돌아가려고 하는데 남자가 그녀를 부른다.
고마워요.
남자와 희숙이는 서로 마주보며 수줍게 웃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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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놔 이거보고 너무 울었어... 이들마 너무 슬퍼 ㅠㅡㅠ 엄태웅 연기도 그냥 최고!!!!!!!!!!!
알랍 엄포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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