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천 세계도자기박물관
직지사 산문 앞에 세계도자기박물관이 있엇다.
건물의 한쪽 면이 커다란 도자기 병모양으로 되어 있어
멀리서도 눈길을 끌었다.
시장에서도 그릇 구경하기는 무척 재미나는데,
더구나 세계의 명품 도자기라니
섬세한 형태와 고운 빛깔, 은은한 광채로
얼마나 아름다울까 싶어 기대감으로 마음이 설레었다.
"우와~!! 저기 가보고싶은데.." 하며
동행한 남편을 바라보니,
다행히도 그닥 싫은 기색이 아니었다. 
쪼르르 매표소로 가서 입장권을 샀다.
입장료는 어른 한 사람당 천원씩이었다.
( 비교적 착한 가격.. 흐뭇~ ^^)
청소년, 학생, 군인은 500원이고
매주 월요일과 신정, 설날, 추석연휴는 휴관이란다.
로비에 진열된 찻잔과 항아리들
특히 저 엷은 분청의 종잇장처럼 얇은 찻잔은
녹차를 따르면 그 빛깔이
아른아른 배어나올 것만 같았다.
이런 찻잔에 향기로운 차를 따라
가볍고 따스한 기쁨을 양손바닥에 받쳐들면
아마 꿈결처럼 행복하리라..
그런 행복한 장면을 상상하노라니
뜬금없이 당현종의 손바닥에서 춤추었다는
전설 속 양귀비가 떠올랐다.^^
전시장으로 들어가는 입구에는
이 박물관에 소장품을 기증한
복전영자란 분에게 바치는 감사의 뜻으로
그의 흉상이 놓여 있었다.
이분은 일본에서 자기미술에 대해 공부한 이론가로서,
세계 각국의 도요지와 박물관을 두루 다니며
좋은 작품을 많이 수집했는데
여러 사람이 함께 감상할 수 있도록
애써 모은 귀한 소장품들을 박물관에 기증했다고 한다.
그 덕택에 나도 구경을 할 수 있게 되었으니
고마움 담은 마음으로 눈인사를 하고 돌아섰다.
그저 바라보기만 해도
마음이 은은한 기쁨으로 가득 차오르는
유백색 달항아리의 우아한 자태!
반짝반짝 빛이 나는 따스한 색감의 갈색 다기 세트
늦가을 창가에서 잎 지는 나무숲을 내다 보며
이 다기에다 향 깊은 차를 마신다면
마음까지 훈훈해질 듯... 
노란 바탕에 흰꽃이 놓인
엄청나게 크고 화려한 중국자기를 바라보면서
전시실 안으로 들어섰다.
벽면에는 도자기의 역사가 일목요연하게 정리되어 있었다.
재미나게 공부할 수 있게 해주는,
박물관의 이런 기능이 참 좋다!
그곳에서 배운 내용을 요약해 보면..
인류가 최초로 만든 도자기는 신석기 시대의 토기였다.
이집트에서는 이미 BC5000년경부터 토기가 있었으며,
동양에서 가장 오래된 토기는
중국의 채색토기(채도, 흑도, 회도, 백도 등)이다.
도자기의 뿌리는 고대 중국의 토기라 할 수 있다.
한과 육조시대에는 청자 및 天目이 제작되었으며,
당, 송시대에는 더욱 세련된 청자, 백자가 나타났다.
중국에서 수입된 도자기에 매료된 유럽 여러 나라에서는
동양의 것과 같은 도자기를 만들려고 노력하였는데,
그 결과 독일에서 처음으로 자기를 만드는데 성공한 것이
18세기의 일이었다.
그곳에 전시된 몇몇 작품만으로도
유럽 각국 도자기들의 특징이 느껴졌다.
영국 도자기들은 소박한 듯 기품 있으면서 우아했고
프랑스 자기는 눈부신 색채와 섬세한 장식으로 화려했다.
덴마크 로얄코펜하겐은 자연물의 문양을 많이 써서
담담하고 동화적인 아름다움을 보여주었다.
도자기는 도기와 자기를 함께 일컫는 말이다.
도기는 도토를 빚어 가마에 구워낸 질그릇,
자기는 자토로 빚어 구운 사기그릇이다.
도자기에 사용되는 원료는
점토, 장석, 규석, 도석 등인데
이것들을 단독으로 쓰거나 혼합하여 쓴다고 한다.
도자기의 종류를 분류할 때는
사용한 재료에 따라
토기, 도기, 석기, 자기, 골화자기로 나누며
소성온도에 따라
연질 자기와 경질 자기로 나눈다.
토기는 섭씨 700~1000도에서 굽는다고 한다.
유약을 바르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때로는 소금 유약을 쓰기도 한다.
도기는 섭씨 1100~1200도에서 구우며
강도가 도기보다 높고 실용성이 큰 석기는
섭씨 1200~1300도의 온도에서 굽는다.
자기는 보통 섭씨 1300도 이상에서 굽는다고 한다.
공들여 만든 아름다운 도자기 작품들을
한 자리에서 마음껏 감상할 수 있다는 건
정말 즐거운 일이었다.
하나하나가 모두
장인의 숙련된 손길, 정성 어린 마음이 빚어낸
예술품들이었다.
도자기를 만들 때는 먼저 흙을 채취하여
잘 반죽하고 모양을 빚은 다음
그림을 그리거나 장식을 한다.
여기에 유약을 칠하여 가마에 구워낸 후
다시 유약 위에 그림을 그리거나 장식을 하여
가마에 굽는 과정을 거친다.
찬장에 장식된 접시들
나도 값진 접시들은 저렇게 찬장에 세워서 장식해 두었는데,
비싼 그릇일수록 생활 속에서 자주 쓰지 못하고
눈요기만 하게 된다는 단점도 있다.
그러나 아주 특별한 날,
이가 빠질 것을 각오하고라도 꺼내 쓰면
별 음식 없이도 식탁이 화려해지고 기분까지 근사해진다.^^
유럽에 처음으로 도자기가 알려지게 된 것은
마르코폴로가 중국을 여행하고 돌아오면서부터였다.
자기를 Porcelain이라 부르는 것도 이 때문이며
도자기를 아예 "차이나china"라고 부르기도 한다.
1709년, 유럽 최초의 백색 자기가 마이센에서 개발되었다.
폴란드의 왕 아우구스트 1세는 마이센에 도자기 공장을 차리고
유럽 자기 최초의 개발자인 도공 뵈트거를
성에 가둬놓은 채 자기를 제작하도록 하여
자기 제조법이 외부에 유출되지 못하도록 했다고 한다.
옛 크레타 왕국의 미노스왕에게 잡혀 있던
뛰어난 건축가 다이달로스처럼,
너무 눈부신 재주를 가진 사람은
권력자의 포로가 되고 마는 모양이다.
유럽 도자기는 처음에는 중국 도자기를 모방하였지만
그 후로 차차 색상이 화려해지고 금박을 입히기도 하며
유럽인들의 취향에 맞추어 발전해갔다.
유럽 자기의 명장들이 내놓은 작품들을
특징을 비교해 가며 감상하는 것도 참 재미있었다.
독일의 명장으로는
본래 연금술사였던 뵈트거를 첫손 꼽아야 할 것이다.
그는 당시 중국에서만 생산되던 자기를 연구한 끝에
카올린이라는 원료를 개발하여
유럽 최초로 독일 마이센 가마에서
경질 자기를 생산하는 데 성공하였다.
요한 페터 멜히오는 프랑크푸르트의 교회에 위치한 획스트 가마에서
예술성이 뛰어난 피규어린(자기로 만든 인형)을 제작하여 높이 평가받았다.
요크리스토프 콘라드 흉거는
오스트리아의 빈, 이탈리아의 베네치아, 피렌체, 덴마크의 코펜하겐,
러시아의 상트 페테르스부르크 등지에 가마를 만들어
독일 마이센에서만 독점 생산하였던 자기를 유럽 시장에 폭넓게 공급했다.
이탈리아의 명장으로는
재미난 채색에다 이야기가 담긴 접시를 구워낸 니콜라 펠리파리오와
교황 율리우스 2세의 문장을 중심으로 그 둘레에 그로테스크 문양을 그린
접시를 주로 제작했던 지오반니 마리아를 꼽을 수 있다.
프랑스의 샤를 프랑수아 아농은
독일 마이센 제작 방법을 충실히 받아들였다.
영국의 조사이어 웨지우드는 "왁스비스킷"으로 불리는,
밀랍처럼 매끄러운 흰색 석기를 만들었다.
물레의 명인으로 알려진 존 덜튼도 유명하다.
그는 로열 덜튼을 설립하여
소금 유약을 사용한 스톤웨어계의 연질자기를 생산했는데,
가장 영국다운 가마로 유명하다.
러시아의 드미트리 비노그라도프는
표트르 1세의 황녀 엘리자베타의 후원으로 왕립 자기가마를 설립하였고
이곳에서 자기 제작 방법을 연구, 1739년 자기 제작에 성공하였다.
유럽의 명품으로 프랑스의 세브르 자기를 빼놓을 수 없겠다.
프랑스는 독일의 마이센처럼 뛰어난 자기를 개발하기 위해
뱅센에 있던 도자기 공장을 세브르로 옮겨
중국식 경질자기 개발에 전력을 기울였다.
이미 도기에 주석을 함유한 연질 도기 파이앙스로 명성을 얻고 있었으나
리모주 부근에서 고령토층을 발견한 후부터
백색 자기 개발이 급진전되었다.
세브르 자기는 로코코 양식의 정수를 보여주는 화려함의 극치이며
'세브르 청색'으로 불리는 청금색은 말할 수 없이 매혹적이다.
헝가리 헤렌드 자기는 유럽 왕실의 사랑을 받았다.
1851년 영국에서 열린 세계박람회에서
빅토리아 여왕으로부터 주문받아 제작한 디너세트의
꽃과 나비 패턴은 지금까지도 큰 인기를 얻고 있다.
헤렌드 제품은 주로 꽃과 과일, 새 문양을 쓰고 있으며,
예리한 칼로 섬세하게 도려내는 투각법과
점토를 실타래처럼 만들어 형태를 짜올리는 망세공법이 특징이다.
영상실에 호젓하게 앉아서
동아시아의 도자기에 대해 보고 배운 시간도 참 좋았다.
우리나라는 9세기 초반 신라시대에
당시 도자기의 종주국이던 중국으로부터
청자제조 기술을 받아들였다.
통일신라때부터 만들기 시작한 청자는
12세기 고려시대로 접어들면서 눈부시게 발전하여
아름다운 비취빛의 독창적인 자기를 생산하게 되었다.
청초함과 단순미를 지닌 한국 도자기는
청자에서 분청사기와 조선백자로 이어지며
그 우수성을 인정받고 있다.
일본은 임진왜란을 일으켜 조선을 침략했는데,
이 전쟁은 도자기 전쟁이라 불러도 좋을만큼,
도자기 제조술과 문화를 탈취하는 전쟁이기도 했다.
전시관 안에는 크리스탈 제품들도 진열되어 있었다.
크리스탈 잔과 병으로 꾸며진 화려한 식탁!
투명한 크리스탈 제품들이 빛과 어울려 빚어내는
영롱한 반짝임은 바라보는 마음을 매혹시킨다.
차가운 은빛과 조화를 이루는 신비롭고 짙푸른 바다의 빛깔,
투명한 얼음 위에 어리는 아침 노을의 빛깔..
크리스탈에 어려있는 색채들은
그 맑은 느낌 덕분에 더욱 곱고 아름다웠다.
박물관에 전시된 세계의 명품 도자기들로
눈의 호사를 원없이 누리고 나니
마음이 기쁨으로 넉넉해졌다. ^O^
너무나 재미있고 행복했던 관람!
아담한 규모도 마음에 들었다.
이 박물관은 특히 여자분들께 강추~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