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년을 마무리하며 (아시아, 북미 여행기)
내일(현지 2월 23일) 아침 여기(캐나다 밴쿠버)를 떠나, 한국으로 귀국길에 오르게 된다.
그래 밴쿠버에서 쓰는 블로그 글도 이게 마지막이다.
동시에 이번 달 말로 1년간의 화려하고 숨 막혔던 연구년(Sabbatical year)도 물론 막을 내린다.
6년 뒤를 다시 고대하며.
되돌아보니 1년 동안 정말 여러 곳을 다녔다. 버스로 다닌 육로 거리만도 족히 13,000km는 될법하다.
비행기는 잘 모르겠다. 회수로는 정확히 10번 탔다.
필리핀 최고의 관광지 '세부(Cebu)'를 시작으로, 거대한 초코렛 힐과 하얀 모래 해변과 청정(淸淨) 바다 '보홀(Bohol) 섬', 아시아 최대의 쇼핑몰과 매연(煤煙)을 자랑하는 '마닐라(Manila) 시'와 '퀘존(Quezon) 시'다.
그리고 그 유명하다는 팍상한 폭포.
필리핀이기에 가능한 비즈니스가 '팍상한 폭포 인력 보트타고 거슬러 올라 가기'가 아닐까 한다. 노 젓는 이들의 수고에 절로 감탄사가 나온다.
퀘존 시에 위치한 필리핀 국립대학(필리핀 내에 8개의 캠퍼스가 있음) 본교는, 단적으로 캠퍼스가 정글에 존재한다는 느낌이다. 그 가운데서도 마닐라 외곽에 존재하는 '로스바뇨스' 캠퍼스는 압권이다. 캠퍼스를 가로지르는 작지만 계곡이 있을 정도다. 울창한 숲과 나무는 굳이 언급하지 않아도 될 것 같다.
필리핀에 머물면서 느낀 건, 1960년대에서 1980년까지의 삶을 고루 경험할 수 있다는 것이다. 제일 안타까운 장면은 절대 빈곤을 눈앞에서 접할 수 있다는 것이다. 물론 이들의 순진무구한 미소도 잊을 수 없다. 다만, 사설 경비원만 조금 줄였으면 한다. (온통 가게 입구엔 총을 찬 사내들로 가득)
지구 동쪽으로 비행기를 열 몇 시간 타고 가다 내리면, 세계에서 가장 살기 좋은 나라 가운데 하나이자, 미국의 51번째 주로 비아냥거림을 받는 '캐나다(Canada)'에 도착한다.
캐나다 여러 도시 가운데서도 영국의 전통이 살아있고 아시아가 공존하는 도시 브리티시컬럼비아 주의 '밴쿠버(Vancouver)'가 얼굴을 내민다.
그 다운타운 옆에 펼쳐진 울창한 숲 '스탠리 파크(Stanley Park)', 고스란히 뉴욕의 센트럴 파크를 연상시킨다. 거의 사면이 바다로 둘러싸여 있고 상큼한 공기와 무수한 거목들을 접할 수 있다는 점에서 센트럴파크를 능가한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밴쿠버에서 차를 꼬박 하루 타고 가면, 죽기 전에 한번은 가봐야 한다는 웅장한 '록키(Rocky) 산맥'이 펼쳐진다. 특히 말로는 표현이 절대 불가능한 에메랄드 빛의 여러 호수와 빙하, 기암 절벽 등등. 왜 우리나라엔 이런 게 없느냐는 푸념이 절로 나온다. 부럽다 부러워.
이른바 나무(Timber)만 팔아먹어도 몇 백 년을 버틴다는 캐나다, 타고난 자연 환경과 거대한 영토(세계 2위), 참 복(福)도 많은 나라다.
밴쿠버에서 버스를 타고 남쪽으로 국경을 넘으면, 미국 북서부 최대의 '시애틀(Seattle)'이 나온다. 이를 거쳐 잿빛 사막을 끝도 없이 가다보면 갑자기 거대한 도시 하나가 나온다.
도박에서 레저로, 다시 컨벤션 개념으로 바뀐 세계 최대의 유흥도시 '라스 베가스(Las Vegas)'에 이른다. 한 마디로 도시 전체가 밤엔 반짝 빤짝 빛에 흥청 흥청 취해 있다. 또한 여기 저기서 펼쳐지는 각종 쇼쇼쇼. 쇼 도시?
라스 베가스를 등지고 다시 사막을 가다 가다보면, 자연이 만든 예술 애리조나 주의 '그랜드 캐년(Grand Canyon)'이 펼쳐진다. 자연이 만들어낸 정말 아름답고 광활하며 환상적인 조각이다. 이 나라는 캐나다 보다 더 복(福)이 많다.
그 다음엔 두 말이 불필요한 캘리포니아 최대의 도시, 아니 미국의 거대 도시 '로스엔젤레스(Los Angeles)'에 도착한다. 간단히 그 주변의 유니버설 스튜디오 및 디즈니랜드를 한 바퀴 돈다. 근데, 유니버설 스튜디오는 경기도 화성에도 생긴다지?
이제 버스를 북쪽으로 타고 거슬러 올라가다보면, 금문교(Golden Gate Bridge)로 유명한 '샌프란시스코(San Francisco)'가 나온다. 지진(地震)에 대비해 집들이 양옆의 집들과 한 치의 공간을 두지 않고 딱딱 붙여 지은 것이 인상적이다.
밴쿠버에서 동쪽으로 비행기를 4시간 30분 타고 내리면, 화려한 불빛이 야밤에 튀어 나온다. 뉴욕이다. JFK 공항에 내려 곧바로 뉴저지 주로 향했다. 맨해튼은 비싸 하룻밤 몸을 쉴 곳은 '뉴저지(New Jersey) 주'다. 호텔 창 저너머로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이 깜박인다.
날이 밝기가 무섭게 자칭 세계 중심을 외치는 '뉴욕(New York)'을 그냥 통과해, 세계 정치 중심의 '워싱턴(Washington) DC'에 들어섰다. 그 안에 들어 있는 백악관(White House)과 국회의사당(United States Capitol), 스미소니언 박물관, 워싱턴 기념탑 (Washington Monument) 등 널찍 널찍하고 굴찍 굴찍한 건물과 환경(공간)에 그만 기가 죽는다.
제퍼슨 기념관(Jefferson memorial)을 둘러싼 울창한 벗나무. 어안이 벙벙해 진다. 일본이 20세기 초, 미일 우호기념으로 미국에 기증한 것이라고 한다. 새삼 일본의 담대함과 앞선 문명개화에 놀란다.
링컨 기념관(Lincoln Memorial)으로 가는 도중에 위치한 한국전 참전 기념탑 앞에서는 더욱 경건해진다. "자유는 공짜가 아니라.(Freedom is not free.)"라는 기념비의 문구는 가슴을 울린다.
워싱턴 DC에서 접한 것 가운데, 특히 '스미소니언(Smithonian) 박물관'은 이번 여행 중 록키 산맥과 더불어 개인적으로 가장 부러운 곳이었다. 우리나라 박물관 가운데 공짜로 입장 가능한 곳은 몇 곳일까? 아니 있기는 할까? 스미소니언 16개 박물관은 모조리 공짜란다. 장남과 나는 겨우 두 개 박물관(자연사, 우주)만 수박 겉핥기로 보았다. 훗날을 기약하며.
다시 뉴욕 주를 북쪽으로 계속 거슬러 올라가니 어느 듯 캐나다 국경이다. 그리고 그 앞엔 거대한 소용돌이와 안개, 천둥소리가 반긴다. 뉴욕 주와 캐나다 온타리오 주가 만나는 경계에 존재하는 '나이아가라(Niagara) 폭포'다. 나의 상상보다 그 규모가 작아 조금 갸웃 갸웃?
여장을 캐나다에 풀었다. 다음날, 가이드 말에 혹해 현지 아이스 와인 농장에서 그 비싼 와인을 두 병이나 샀다. 가격은 두 병 130달러.
